2006년 7월 8일

"내 잘못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정당화, 합리화하거나 또는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머리가 똑똑한 사람일수록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경우에든 순식간에 “핑계될 것 3가지” 정도쯤이야 쉽게 만들어내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만일 타인이 그런 행동(합리화 내지는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을 하는 경우, 특히 잘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한 갖고 있는 속성이기에.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결함을 타인에게서 특히 잘 발견합니다. 일종의, 스스로 익숙한 것을 잘 발견하는 당연한 능력이지요.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요? 고백하건대, 제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보면, 저는 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도 잘 하지 못했지요. 그러니 더욱 당당하게 주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류한석씨는 정말 디펜스를 잘 한다. 자신이 잘못 했을 경우에도 어떤 논리를 돼서든 다 막아낸다.”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토론, 논쟁, 말싸움 등에서 깨진 적이 없습니다. 자부심이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점이지요. 왜냐하면 제가 실수했을 때조차도 깨진 적이 없으니까요.

이제는 좀 더 그릇이 커지고 시야가 넓어져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잘 인정하는 편입니다. 나름 여유가 있고 성숙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제가 궁지에 몰리고 특유의 선천적 열등감이 고조되면 또 다시 그런 타고난 기술을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추한 행동이고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실망스런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만일 스스로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조차 자신을 합리화하고(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비합리적인 것!)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세상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결함을 극복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렇습니다. “내 잘못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고 인간적인 취약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 삶에 굴곡이 많은 관계로, 언제나 그렇듯이 곧 “장애의 시기”가 올 거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좀 더 성숙한 판단과 행동을 기대해 봅니다.

많이 고통 받고 많이 수양하였으니, 이제는 좀 더 편하고 현명하게 처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계속적으로 수양하고 분발할 것입니다. 제게 있어 인생은 그렇듯 분발해나가는 과정이니까요.

이제 이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나름 즐거운 것을 보니, 그간 노력한 것이 헛된 일은 아니었던 거 같아서 기쁩니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많이 보면서 자라왔는데, 저는 적어도 이제 그런 부류는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그런 DNA가 풍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일종의 고해성사를 하면서, 은근슬쩍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느낌이죠? 이렇게 이해해 주세요. 작은 석세스 스토리일 뿐, 아직은 불안한.

이름 모를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똑똑할수록 자신의 결함을 잘 이해하고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결함이 괴물이 되어 자신을 잡아먹지 않도록.

그릇의 크기가 인생을 좌우하죠.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에요. 그런 경험이 자신을 성장하게 한답니다. 그것이야말로 “난 그저 생긴 대로 살겠다는 까칠함”이 아니라 “결함을 극복한 진정한 성장”이죠.

아주 어렵지만 그만큼 어렵기에, 그것을 해내면 그것만으로도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성장 말입니다.

제 자신, 그리고 분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

댓글 5개:

익명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가 잘못하고도 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제 그릇이 얼마나 작았던지 느끼죠.

류한석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똑똑하면서도 마음이 넓은 분, 경험 속에서 우러나온 좋은 글 보고 감동받을 때가 많습니다.

익명 :

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쪽팔림을 극복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그럼 면에서 보면 전 아직도 많이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바비(Bobby) :

TO 웅이님 & 애(?)독자님/

저 또한 이제 겨우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이 40세가 다 되어가는 이제서야 말이죠.

생각해보면, 참 많은 실수와 잘못을 한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의지가 더 작아졌냐면, 그것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더 큰 의지와 신념.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많은 분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더 나은 상태에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

익명 :

카톨릭의 미사에 보면...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라고 고백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오소이다."

내 탓임을 이미 고백하는 순간 답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익명 :

한석님의 말씀에 정말 동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잘못을 잘 인정하는 편이긴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자체기 저의 인격을 조금이나마 나아보이게 하거나 실수를 미리 인정해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것일 때가 많아 반성을 많이 합니다. 인정하는것과 인정 안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나친 합리화가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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