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5일

자그마한 만남의 자리를 갖습니다

제가 수년 전에는 이런저런 행사를 참 많이도 개최했는데요. 독립한 이후에는 전혀 개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의뢰를 받아 컨퍼런스나 세미나 등에서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일은 종종 하고 있지만요.

거의 5년 만에 작은 행사 하나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포털 다음의 김지현 이사와 함께 자그마한 만남의 자리를 갖습니다.

20명 이내의 분들만 참석가능하고요. 일시는 11월 22일(목) 저녁 7시 30분, 장소는 교대 토즈입니다.

토크나 대담이라고 하기까지는 뭐하고요. IT업계, 기술, 비즈니스, 직장생활, 진로, 삶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김지현 이사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오신 분들의 얘기도 듣고 그러려고 합니다.

저를 잘 모르시는 분보다는, 하단의 내용에 해당하는 분에 한해 오셨으면 합니다.

  • 제가 과거에 수년간 썼던 ZDNET 칼럼을 기억하시는 분 (한국에서 ZDNET이 철수한 이후로는 안 쓰고 있죠)
  • 제 블로그를 오래 전부터 구독하고 계신 분
  • 제 책을 읽어보신 분

참석을 하시면, 하단의 내용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IT업계의 여러 이슈
  • IT업계에서 살아남는 법 (제가 성공은 몰라도 생존은 자신 있거든요. ^^)
  • 회사에서 인정 받는 법 (또는 똑똑하게 일하는 법)
  • 스카우트, 해고, 이직, 창업
  • 커리어 관리
  • 삶의 의미와 추구하는 방향 등

무척이나 개성이 강한 두 인간이 어떤 생각을 갖고서 살아가는 지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각자의 진로나 삶의 방향을 수립하는데 작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전 등록은 여기에서 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참가비가 있지만 장소비+케이터링 비용을 감안하면 적자로 하는 거에요. 혹여나 수익사업으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PS: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의뢰 받은 다른 행사와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게 됐습니다(사실 이번 행사가 먼저 계획된 거랍니다). 다른 큰 규모의 행사와 달리, 이번 행사는 소규모의 보다 친밀한 자리입니다. 단순히 저희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직접 얘기도 하시고, 업계 친구나 선후배도 사귈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2012년 11월 6일

Windows 8에 담긴 마이크로소프트의 과욕

최근 Windows 8이 공식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8월부터 RTM 버전(제조사와 개발자를 위해 미리 제공하는 것으로서 정식 버전과 동일)을 제가 서브로 사용하는 21인치(1920x1080) 터치스크린PC에 설치해서 3개월째 쓰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제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는 메인PC에서는 Windows 8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198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OS를 사용해온 이후로, Widows 8은 제가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MS의 두 번째 OS가 됐습니다! 첫 번째는 Windows Me였습니다. 저는 Vista조차 사용했는데 말이죠.

Windows 8은 MS가 나름 고생해서 만든 제품이겠습니다만, 사용자 관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제품입니다. 새로운 Windows 8 스타일UI(구 메트로UI)와 기존의 데스크톱UI는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로 어색하게 ‘한 지붕 두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화면이 작은 터치스크린에서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스타일UI는 그럭저럭 쓸 만은 합니다. 그런데 좋은 UI란 기능(Function)과 美(Beauty)가 잘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Windows 8은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스타일UI는 얼핏 보면 깔끔합니다. 하지만 특히 대형모니터에서는 공간의 낭비가 심하고, 마우스로는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여러 앱을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스타일UI는 대형모니터를 앞에 두고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는 사용자를 위한 UI가 결코 아닙니다. 스마트폰, 태블릿에 적합한 UI를 데스크톱PC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죠. 물론 Windows 8에서는 기존 데스크톱UI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게 Windows 7 대비 별로 이점이 없거든요. 계속 스타일UI에 대해 얘기해보죠.

Windows 8의 초기화면에 표시되는 타일(Tile) 메뉴를 보면, 하나의 타일이 차지하는 공간이 쓸데없이 큽니다. 물론 커서 터치하기는 좋지만 많은 타일을 표시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앱의 개수가 많아지면 끔찍합니다. 거기에다 일반 타일의 두 배 크기인 라이브타일(Live Tile)은 말 그대로 실시간 정보를 표시하는데, 얼핏 보면 예쁘지만 그리 도움이 안 되는 정보를 표시하는데다 공간의 낭비가 더 심합니다.

또한 스타일UI를 쓰다 보면, 참바(Charm Bar, 안드로이드폰의 화면 하단 물리버튼과 흡사한 역할을 함)라는 메뉴를 스크린 오른쪽에서 터치를 드래그해 계속 불러내야 하는데 이게 엄청나게 피곤합니다. 항상 표시하기에는 부담이 돼서 숨겨놓은 거 같은데 매번 불러내기 너무 귀찮아요.


스타일UI에서 앱을 실행시키면 언제나 풀스크린으로 앱이 실행됩니다. 스냅뷰라고 해서 동시에 두 개의 앱을 띄울 수 있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딱 거기까지입니다.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라면 몰라도, 대형모니터에서 최대 두 개의 앱 화면만을 보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입니다. 더군다나 윈도우스토어에 들어가보면 사용할 수 있는 앱의 개수가 무척 적을 뿐만 아니라 수준 낮은 앱이 대다수입니다.

MS는 윈도우폰과 서피스를 살리기 위해 PC 유저에게도 동일한 스타일UI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물이 Windows 8입니다. 그런데 MS는 모바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터치스크린이 없는 일반 데스크톱PC 사용자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는 UI를 강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MS의 명백한 과욕과 오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20인치 이상의 표준모니터를 가진 일반 데스크톱PC에서 스타일UI를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을까요? 억지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PC의 가장 큰 장점인 멀티태스킹을 위해서는 빈번하게 앱을 전환해야 해야 하고 이는 결국 작업 속도를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스타일UI가 싫으면 초기화면에서 ‘데스크톱’이라고 표시된 타일을 클릭해서 기존 데스크톱UI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부팅 때마다 사용하지도 않을 스타일UI를 반드시 거쳐서 데스크톱 모드로 들어가야 하며, 이게 셋방살이 하는 느낌입니다.

제가 Windows 8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는 메인PC에서 터치스크린이 아닌 27인치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7인치 모니터에서 앱을 풀스크린으로 사용하거나 기껏해야 스냅뷰로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더욱이 스타일UI는 마우스로 이용하기에 적합하지도 않습니다.
  • 그렇다고 저는 모니터를 터치스크린으로 바꿀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PC에서 주로 문서 작성, 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등을 하며 항상 여러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터치스크린을 가진 서브PC에서 일부러 저의 사용 패턴에 맞춰 마우스, 키보드, 터치스크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을 해보니 너무나도 비효율적입니다.
  • 그렇다고 Windows 8의 데스크톱UI 환경에 커다란 매력을 느낄만한 개선사항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시작메뉴가 없어서 맘대로 사용하기에 불편합니다. Windows 8에서 데스크톱UI는 확실히 푸대접 받고 있습니다. 제품 발표회에서도 스타일UI만 강조하더군요.
  • Windows 8은 기본 UI가 스타일UI이고 거의 대부분의 신기능이 스타일UI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용 패턴상 터치 기능이 필요 없고, 그에 따라 스타일UI는 안 쓸 것이고, 데스크톱UI 환경은 매력적인 개선사항이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Windows 8을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소위 얼리어댑터입니다. 저는 정말 새로운 OS를 좋아하며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런 저조차 사용하지 않게 만들 정도이니 MS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거 같습니다.

저와 유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업무용으로 Windows 8을 도입하는 걸 꺼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소한 데스크톱PC에서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Windows 8을 이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기업 시장에서 발생하는 MS의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 MS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에 완전히 동일한 UI를 제공하겠다”는 MS의 야심은 과욕에 그칠 거 같습니다. 기기마다 사용 패턴이 다 다르므로 각각의 기기에 최적화된 UI를 제공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한해 사용자경험의 일관성을 제공해야지, 이런 기계적인 통합은 사용자를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결과적으로 Windows 8은 모바일에 맞는 UI를 데스크톱PC 이용자들에게 강요하는 꼴이 됐고, 이는 MS의 커다란 패착이 될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Windows 8은 MS의 과욕과 오만이 나은 불쌍한 제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Windows 8이 쓸모 없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여러분이 터치스크린을 가진 PC나 노트북을 갖고 있다면 Windows 8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만일 여러분이 새로운 PC나 노트북을 살 생각이라면 기왕이면 터치스크린을 가진 것을 사면 좋겠죠. 다만,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만큼의 효용을 얻을 지는 의문입니다.

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Windows 8은 터치스크린에 적합한 사용 패턴을 가진 일부 사용자(특히 모바일 사용자)에게는 의미가 있겠지만, 터치스크린이 없는데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띄어놓고 작업하는 사용 패턴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굳이 업그레이드할만한 가치가 없는 OS라는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반 사용자든, 기업 사용자든, Windows 8로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현재 MS가 아주 싼 가격에 제품을 풀고 있는데다,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인해 초반에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MS에게 있어서 Windows 8은 PC 사용자들에게는 외면 받고 자사의 스마트폰/태블릿도 살리지 못한 최악의 제품으로 역사에 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MS는 많은 분야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계속 노쇠해져 가고 있는 MS의 기업 경쟁력 자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MS의 기업 경쟁력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루겠습니다.

2012년 7월 31일

소비자를 기만하는 ‘KT의 정보유출 사과 메일’

KT 휴대폰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휴대폰번호, 이름, 주민번호, 그 외 가입관련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기사를 참고하세요.

관련기사:
[KBS] KT 휴대전화 가입자 8백만 명 정보 유출 파문
[한겨레] 개인정보 유출 의심신고 KT본사서 묵살

확인해보니 제 정보도 털렸습니다.

아무리 보안시스템을 잘 갖추어도 뚫릴 수는 있습니다. 더군다나 국내 기업들은 보안시스템의 수준이 부실한 경우가 많아 이제는 이런 뉴스가 나와도 새삼스럽지 않을 지경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KT가 해킹 당했다는 뉴스를 처음에 접했을 때도 그리 놀랍지가 않더군요.

이런 사건들에 익숙해지다니.. 서글픈 현실이죠. 어쨌든 국내 기업들의 부실한 보안시스템에 조금 열을 받기는 했습니다(1차 열 받음).

그런데 KT가 엄청나게 늦장 대처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조금 더 열을 받았습니다(2차 열 받음). 그리고 정보 유출이 이루어진 시점 이후부터 이용자들의 신고가 급증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욱 열을 받았습니다(3차 열 받음).

그런데 확 열 받은 계기는 이것입니다. KT 웹사이트에서 제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니 다음과 같은 팝업이 뜨더군요. 제가 빨간 줄로 표시한 부분을 보세요.


하하, 전량 회수조치 되었다고 합니다. 무슨 종이 서류도 아니고, 유출자가 유출을 하자마자 하나도 못 써먹은 상태에서 PC를 압수했으면 모를까, 유출자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5개월 동안 타업체들에 정보를 팔아 7억원의 이득을 취했고 그 정보를 사간 사람들이 또 그걸 어떻게 써먹었는지 팔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슨 회수 조치가 됩니까?

이건 둘 중의 하나입니다. KT가 디지털 정보의 무한 복제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든가, 아님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전자일 가능성은 거의 0이니, 당연히 후자입니다.

정보 유출 그 자체보다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KT의 태도가 더 불쾌합니다(4차 열 받음).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았지만, 이내 바쁜 일에 묻혀서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KT의 메일을 받고서 다시금 폭주하여 이 글을 씁니다. 하단이 메일 원본이고 역시 빨간 줄로 표시했습니다.


해당 정보가 모두 회수되다니요? 제발 이런 식으로 소비자 기만하지 마세요(5차 열 받음).

해킹 사건 자체보다 진실하지 않은 모습이 더욱 불쾌합니다. 전량 회수되었다느니, 이런 표현 쓰지 마세요. 보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당연히 KT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진실이라도 얘기하세요.

진실을 알리고 고객을 생각한다면, KT의 문구는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정보를 모두 회수하면 좋았겠으나, 고객님 및 다른 고객님들의 정보는 이미 수많은 업체들에게 7억원에 팔린 상황이라서 전량 회수를 할 수 없었습니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복제되어 퍼진 정보는 사실상 회수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리며 보상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S: 현재 KT가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죠(관련기사).

2012년 7월 20일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어떤 분의 죽음

정말, 많이, 슬픈 하루입니다.

오늘 오전, 제가 예전에 모셨던 직장상사이자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계신 한국계 미국인이신데, 너무 늦게 암을 발견한 나머지 딱히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몇 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산악자전거 타기를 즐기시고 무척 건강하신 분이었는데 갑자기 너무 일찍 가셨어요.

아마도 제 블로그나 여타 글들을 이것저것 보신 분이라면, 제게 상당한 영향을 준 직장상사가 한 명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여기에서는 P상무님이라고 지칭할게요.

저는 사회생활을 20여년간 하며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고, 그 동안 평범한 직장상사를 비롯해 사기꾼, 위선자, 싸이코 등 다양한 유형의 직장상사들을 만났습니다. 높은 자리로 갈수록 이상한 분들이 많더군요. -> 이것이 이 사회가 이렇게 삭막해진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사람이 모르고 순진해서 착하기는 쉬워도, 닳고 닿은 경험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법을 다 알면서도 착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그리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영악한 처세를 하기 마련이죠. 지속적으로 스킬이 향상되기에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다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력으로 아랫사람을 깔아뭉개고, 자기의 잇속을 챙기고, 보다 높은 권력과 부를 지향하며 추악한(하지만 같은 레벨에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P상무님께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저와는 2003년에 만나 3년 동안 같이 일했습니다. P상무님은 사내정치로 인해 자신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도 한결 같이 인간을 중심에 둔 관리와 의사결정을 하신 분입니다. P상무님은 칼텍에서 학부를 나오고 스탠포드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분인데, 단지 학력적인 똑똑함이 아니라 진정한 통찰력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또한 윗사람에게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굽히지 않으셨고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부하직원에게 사과할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한 마디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인간적으로 이렇게 성숙한 사람이 있다니! 그에 비하면 나는 쓰레기 같은 존재다.” 제가 3년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또한 온갖 시련의 상황에서 어떤 길을 가는 가를 보고서 판단한 내용입니다. 그런 분을 이제는 다시 만나 뵐 수 없게 됐네요.

마지막 만남이 생각납니다. 올해 초 P상무님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 제가 팔당 근처의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 후에 일산에 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 일산까지 데려다 드렸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호수공원에 가서 함께 산책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때는 P상무님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모르던 때였고 당연히 저도 몰랐고요(하지만 그때 이미 간암 말기셨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날은 그냥 시내에서 만나면 됐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는데, 왠지 야외로 모시고 가고 싶더라고요. 왠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팔당까지 갔고 또한 일산까지 거리도 상당했는데 일부러 모셔다 드린 거고 산책도 왠지 해야 할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토요일에 출국하시기 전에 잠시 뵈었는데, 괜히 선물도 드렸습니다.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닌데 왠지 그러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그 날이 마지막 만남이 됐네요.

사람에게는 어떤 느낌이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말이죠.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걸 알게 됐습니다.

제가 지금은 미국에 갈 사정이 안 되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P상무님을 추모합니다. 끝으로, 하단의 글은 돌아가시기 전에 P상무님으로부터 받은 메일 내용 중 일부입니다. 마지막까지 의연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천국에 천사가 한 명 늘었습니다. P상무님, 이제는 마음 편히 쉬시길 바랄게요.

Thanks for praying for me. It pains me to see you so sad, my dear friend. Don't be too sad for me. I am not. I am at peace with this situation.

I struggled with the mystery of life and the universe all my life.

I have been blessed in life with great, loving people (like you), I experienced things to die for, seen and felt glories indescribable. And I am experiencing a perfect peace.

Hanseok, I pray that you too will have this peace and joy. You will see that there is little room for sadness..

PS: 추모곡은 Andy Williams가 부르는 Danny Boy 입니다.

2012년 6월 7일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모바일 인터넷전화!

어제 오전에 KBS 1라디오에서 생방송으로 10분 정도 카카오톡 관련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이번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논란은 업계나 소비자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이슈이므로 블로그를 통해서도 생각을 밝혀보려고 합니다.

Q. 이통사들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무료통화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카카오톡 측에서는 절대 전화나 무료통화가 아니며 모바일채팅에 음성을 더한 음성채팅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어떤 주장이 맞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둘 다 틀린 주장이죠. 일단,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는 그 용어 그대로 모바일 인터넷전화(=인터넷 기반의 음성통화)라고 할 수 있으며 무료통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는 음성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대신 데이터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통화를 하는 것이고, 사용자는 데이터통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당연히 무료가 아니죠.

또한 카카오톡의 주장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이 사실상 문자메시지의 대체제 역할을 했듯이, 보이스톡도 음성통화의 대체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물론 현재 공개된 보이스톡 품질로는 힘들 거 같습니다만).

현재는 보이스톡을 통해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향후에는 그게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이게 아주 큰 의미는 없는 게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분명히 보이스톡은 모바일 인터넷전화의 일종이고 다들 그렇게 받아 들이고 있는데, 자꾸 음성채팅이라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모바일에서는 (메신저가 문자메시지가 됐듯이) 음성채팅이 곧 전화가 되죠. 결국 뉘앙스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통사나 카카오톡 모두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이제까지 마이피플이나, 라인, 네이트온톡과 같이 다른 모바일 메신저에도 통화 서비스는 있었는데 왜 이번 일에 유독 파장이 큰 건가요?

그것은 1위 사업자로서 카카오톡이 가지는 독특한 위상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은 5천만명에 달하는 사용자(국내 이용자만 3천 5백만명)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매일매일 사용하는 아주 충성도가 높은 킬러앱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다른 메신저와는 달리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Q. 이통사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무료통화 서비스가 이뤄질 경우 수익구조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모이통사는 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이용자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문제인건가요?

현재 이통사들이 적자인 상태도 아니고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인데, 음성통화 매출이 일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곧바로 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보입니다. 이통사 입장에서 mVoIP가 선인가 악인가를 떠나서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어떻게든 받아 들이고, 여타 마케팅 비용을 조정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신규 수익원의 창출을 통해 성장하려고 해야지 그저 손쉽게 요금 인상을 운운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보면 전체 산업적 차원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이통사들이 손쉽게 돈을 벌던 시절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통사들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하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와 다를 바 없습니다. 모바일 ISP가 되는 것이죠. 이게 진실입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국내 이통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탈통신을 내세우며 여러 가지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흐름이 대세라는 생각으로 더욱 분발해야지, 과거의 손쉬운 사업 방식으로 회귀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Q. 이통사들이 매년 엄청난 비용의 설비투자로 구축한 망을 아무런 대가 없이 카카오톡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망중립성 차원에선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소비자들이 이미 3G/LTE 데이터통신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무임승차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통사들은 서비스 업체로부터 추가로 비용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2중부담입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은 이용자들이 데이터통신 비용을 내고 있고 카카오톡도 인터넷회선 비용을 내고 있다는 관점에서 3중부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mVoIP 관련해서 카카오톡이 이동통신망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건 아니므로, 3중부담이라는 주장은 오히려 이통사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모든 콘텐츠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고 어떤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대더라도 차별을 하기 시작하면 인터넷의 본질적 특성인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이 거대 사업자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이러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아직도 정부가 애매모호만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신속히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해서 이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Q. 모바일 메신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왓츠앱은 지금도 여전히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업체들은 플랫폼으로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모바일 메신저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작은 비슷했으나 왓츠앱은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에, 카카오톡은 마치 모바일에서의 '포털+페이스북'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즉, 메신저와 인터넷전화라는 일종의 미끼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을 모으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광고, 커머스, 게임 등을 제공함으로써 모바일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판단되며, 만일 그것을 달성한다면 현재 네이버가 유선 인터넷에서 올리는 매출 이상을 모바일에서 올릴 수 있을 겁니다.

* * *

카카오톡의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작년 4월에 쓴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요. 해당 내용을 업그레이드하여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서적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내용입니다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진화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네요.

또한 보이스톡을 제가 직접 써보니 저나 상대방 모두 와이파이망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음이 씹히거나 잡음이 섞이는 등 그리 통화 품질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바이버나 스카이프에 비해서는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품질에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걸 보니 역시 카카오톡의 아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뉴스를 접하셨겠지만, 오늘 LG유플러스가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허용했습니다. 일단,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합니다. 그런데 이는 LG유플러스가 특별히 선한 기업이라서 라기보다는 3위 사업자로서 또한 최근 LTE에 올인하고 있는 입장에서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헬지, 헬세권의 악몽을 과연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인지.. ^^)

이번 보이스톡 사태로 인해 이통사들의 짬짜미(담합)가 우려됐는데 LG유플러스가 전격적으로 허용을 선언함으로써 일단 짬짜미에 대한 우려는 좀 던 거 같습니다. SK텔레콤과 KT도 정부에 대한 로비나 언론플레이보다는 mVoIP라는 메가트렌드를 인정하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더욱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소비자 편익이고 산업 발전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보이스톡 사태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통사의 투자여력을 위축시킨다며 반대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경쟁을 통해 더 큰 발전이 이뤄질 거라는 점에서 찬성의 뜻을 밝힙니다. 우리나라 이통사들 이런 일로 적자나거나 망할만큼 만만한 회사들 아니지 않습니까? ^^

여러분도 각자의 의견을 밝혀주세요.

2012년 4월 30일

복사의 제왕

예전부터 주시하고 있는 업체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 비즈니스월드(인도의 비즈니스 잡지)에 "The Original Copycats"라는 제목의 관련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로켓인터넷이라는 이 독일계 기업은 기사에도 나오다시피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복사의 제왕(Clone king)'입니다.

로켓인터넷의 사업 모델 자체가 타국(주로 미국)에서 등장한 주목할만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오리지널 업체에게 팝니다.

(복사, 카피캣, 표절, 짝퉁, CTRL+V 등 여러 표현이 있겠습니다만 본 글에서는 그냥 복사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엔 왠지 복사라는 말이 친근하네요.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

로켓인터넷은 1999년에 eBay를 모방한 Alando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eBay에게 5천만불에 팔았고, 비교적 근래인 2009년에는 Groupon의 복사판인 CityDeal을 만들어 1억 2천 6백만불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복사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출처: 비즈니스월드).


로켓인터넷은 아무리 핫한 비즈니스라 할 지라도 곧바로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빈틈을 노려서, 재빠르게 해당국가 외의 지역에서 사업을 런칭한 후에 자금을 쏟아 붓고 필요하면 인수합병도 하면서 사업을 크게 키웁니다. 그리고 그걸 오리지널 업체에게 파는 겁니다.

오리지널 업체에게 파는 것이니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도 없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창시자가 사는 것이니까요. 오리지널 업체의 입장에서 좀 짜증이 나기는 하겠지만, 자기가 다른 나라에서 밑바닥부터 사업을 런칭하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이미 로켓인터넷이 투자한 업체가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울며겨자먹기로 인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로켓인터넷의 입장에서는 업체를 팔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거나 상장을 하면 되기 때문이죠.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로 보호받기 힘든데다, 설사 분쟁이 생긴다고 해도 지루한 법적 공방에 수년이 걸리고, 또한 로켓인터넷은 그걸 대응할만한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으니 상관이 없습니다. 팔면 좋고,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내면 되니까요.

로켓인터넷은 10년 넘게 이러한 일관적인 복사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 덕분에 엄청난 자본과 노하우를 갖추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독일 지역에서만 하던 걸 유럽으로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세계를 무대로 이런 복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 초기에는 직접 복사를 했으나, 10년 이상의 지속적인 성공과 업계 활동을 통해 상당한 자본과 인맥을 만들었기에, 근래에는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킬만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교육을 시키고 자본을 주어 사업을 런칭하기도 합니다.

신생 인터넷 서비스의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로켓인터넷이 차츰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Wimdu(http://www.wimdu.co.kr) 처럼 드러난 것이 있는 반면에, 그냥 일반적인 벤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CEO가 로켓인터넷 소속(사실상 직원에 가까움)이거나 자본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켓인터넷의 자본력을 아시려면 테크크런치의 이 기사를 한번 보세요. Wimdu가 무려 9천만불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기사에서도 '악명 높은(infamous)' 로켓인터넷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로켓인터넷은 저하고도 약간의 인연이 있습니다. 2010년에 Groupon에서 저한테 소셜커머스 업체 인수건으로 문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책임자가 바로 로켓인터넷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CityDeal을 Groupon에 판 후 Groupon의 핵심 멤버가 되어 아시아 지역의 인수합병을 총괄하고 있던 것이죠.

당시 Groupon은 (지금은 티켓몬스터에 인수돼 없어진) 데일리픽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후에,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인수합병이 아니라 직접 사이트를 오픈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간단하지만, 당시에는 수개월에 걸쳐서 벌어진 일이고 별의별 소문이 많았는데 그 모든 과정에 로켓인터넷이 상당히 개입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아직 다 현직에 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는 로켓인터넷을 알게 된 후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렇듯 복사 비즈니스를 상당한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서 조직적으로 글로벌하게 하고 있다니!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만, 이 정도되면 사모펀드 투기자본과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오리지널 업체가 사갈 만큼의 매력적인 복사 업체를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켓인터넷과 같은 업체가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많은 창업가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나쁜 소식은, 로켓인터넷은 오랫동안 성공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름 검증된 비즈니스만 하니까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로켓인터넷 사례는 제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줬습니다.

로켓인터넷을 통해 살펴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복사.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12년 4월 25일

한국SW산업의 문제점, 애정 또는 애증

작년 말에 모기관의 의뢰로 국내 SW 업계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심층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한달 동안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CEO, 임원, 팀장 등 수십 여명의 분들을 만나서 심도 깊은 얘기를 듣고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점 및 불공정 사례, 대안 등의 내용을 담아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보고서는 주로 SI업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는 내용이고 1:1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 위주로 수집을 했는데, 유용한 콘텐츠를 많이 모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룹 계열사 사업을 대기업SI사가 독점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
  • 공공사업에서 대기업참여하한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한 갖가지 행태
  • 고객사들의 대기업 선호 풍토
  •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PM 역량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
  •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영역 침해 사례
  • 대금 지급을 지연하기 위한 갖가지 꼼수
  •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거래 시 중소기업 제품의 저작권까지 가져가는 사례
  • 일정 및 예산의 수립이 적절하지 않아 발생되는 수많은 문제
  • 중소기업이 만든 솔루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유지보수비 또한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문제
  • 중소기업의 전문성/신뢰성 부족 문제
  • 갑을병정의 하도급 계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공정 사례
  • SW기술자 노임 단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
  • 계약 금액에서 리베이트(대개 10% 내외)를 요구하거나 접대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한 사례
  • 국내SW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저마진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고급인력에 대한 투자 여력을 가질 수 없고, 그것이 솔루션화를 못하거나 전문성 부족의 결과로 나타나고,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저마진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현실

SI 프로젝트의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로서도 너무하다 싶은 사례들이 꽤 있었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서, 제가 20년전 사회 초년생때 모백화점의 프로젝트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계속 밤을 새운 나머지 너무 졸려서 전산실 창고의 시멘트 바닥에서 신문지 덮고 자다가 부장한테 걸려서 (선배들 다 일하는데 너만 자냐고) 혼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감상에 젖기도 했죠. 업계 종사자라면 그런 흔한 기억 하나쯤은 다들 있으시잖아요? ^^

제가 작성한 117쪽짜리 보고서의 내용 중에서 일부만 언급했는데, 안타깝게도 보고서가 기관 내부용이라서 대외적으로 공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보고서가 주로 SI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년에 작성한 보고서는 잊어버리고, 이번에 새롭게 준비해 한국SW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대안을 다룬 서적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출간 예정일은 9~10월경입니다. 더 나은 콘텐츠를 담기 위해 온라인 설문 및 오프라인 인터뷰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와 사례를 모으려고 합니다.

현재 준비 중인 서적의 예상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가 작성됨에 따라 튜닝될 예정이니 참고만 하세요.

1장. 국내외 SW산업의 구조 및 현황
- 선진SW산업 구조 및 주요 해외 기업들의 사업, 인력, 근무환경, 경쟁력, 특이사항 등을 소개
- SI 위주인 국내SW산업의 특이한 구조 및 주요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의 현황, 문제점 등을 소개

2장. 국내SW산업의 10가지 문제점
-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취합한 문제점 및 그와 관련된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고, 저자의 의견을 함께 제시

3장. 국내 SW산업의 미래와 대안
- 곧 도래할 미래 산업 분야를 소개하고 더욱 커지는 SW산업의 중요성을 강조
- 국내SW산업의 미래에 대한 몇 가지 긍정적/부정적 시나리오를 제시
- 2장의 내용을 확정한 후 대안을 3~5가지 정도의 꼭지로 뽑을 예정임

이에 SW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협조를 구하니 하단의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한국SW산업의 진실(가제)' 서적을 위한 온라인 설문 및 오프라인 인터뷰에 참여해주십시오.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만 참여해주셔도 좋고 두 가지 모두 참여해주셔도 좋습니다.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등 스토리가 있으신 분이라면 금상첨화입니다. SW산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라면 직종, 경력에 상관없이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민감한 답변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서적에 해당 내용이 삽입될 시 답변자의 이름은 반드시 익명으로 표시됩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다만, 원하시는 분에 한해 서적 머리말의 '도움을 주신 분'에 실명 또는 닉네임을 포함해드립니다.

1. 온라인 설문조사: 종료.

2. 오프라인 인터뷰: 신청 마감. 인터뷰는 5월 7일~6월말 사이에 진행될 예정입니다(직종/경력에 따라 인터뷰가 마감되거나 일정/장소를 맞추기 힘들 경우 인터뷰가 진행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그 누가 바꿔주겠습니까? 저 또한 작은 노력이라도 보태겠습니다. 이 업에 애정 내지는 애증을 가진 분들의 많은 도움을 기대하겠습니다. 미리 감사 드립니다.

“우리 모두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자. 그러나 항상 가슴속에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가지자.” - 체 게바라

추가 글: 온라인 설문조사 및 인터뷰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관심을 갖고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4월 12일

[알림]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서적 이벤트 (종료)

지난주에 제 신간이 나왔다는 소개를 드린 바 있는데요. ^^

10분께 무상으로 책을 보내드리는 이벤트를 하려고 합니다. 또한 이번 이벤트로 책을 받으신 분과 이미 구입하신 분의 구분 없이, 온라인서점에 서평을 올려주신 분들 중 5명을 선정해 작은 기념품과 차기 책(지금 준비 중이며 가을에 나오는 책입니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즉, 이벤트가 두 개입니다.

[이벤트1/종료]

다음의 내용을 읽은 후에 참여해주세요.

1. 스팟 이벤트~ 지금부터 4/14(토) 오후 11시까지 본 포스트에 댓글로 닉네임, 직종, 경력년수,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세요(댓글은 제가 승인한 후 등록되니 참고하세요).
2. 이벤트 마감 후 제가 임의로 10명을 선정하여 본 포스트의 하단에 당첨자를 게시할 테니 해당되시는 분은 제 메일(hanseok.ryu@지메일)로 이름, 주소, 휴대폰번호를 알려주세요. 택배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3. 책을 받으신 분은 독서 후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등 온라인서점에 서평을 올려주세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4.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RT나 공유해주신 분은 댓글 적으실 때 해당 내용의 언급과 함께 아이디 남겨주세요. 선정 시 참고하겠습니다.

[이벤트2/종료]

이벤트1과는 별개이며 다음의 내용을 읽은 후에 참여해주세요.

1. 온라인서점에 서평을 올리신 후 링크를 적어 제게 메일을 주세요(5월 31일 마감).
2. 5월 31일에 5명을 선정하여 본 포스트의 하단에 닉네임을 게시하고, 주소 파악을 위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선정된 5명의 독자분께는 제가 준비한 작은 기념품을 먼저 보내드리고, 차기 책(가을에 출간될)은 추후에 보내드리겠습니다.
3. 혹시 너무 많은 서평이 올라오면 이벤트를 조기 종료할 수도 있습니다(그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만… ㅎㅎ). 이벤트1로 책을 받으신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책을 구입해서 읽으신 분들도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책은 그저 수많은 책들 중의 하나이겠습니다만, 여러분과 제가 독서의 연으로 만나 공감을 나눌 수 있다면 큰 기쁨으로 생각하겠습니다.

2012년 4월 3일

신간,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대융합

책 제목은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이고, 부제가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대융합"입니다.

스마트 디바이스, 모바일 서비스(특히 SNS와 모바일커머스), 플랫폼 비즈니스, 킬러앱, 그리고 스마트홈, 스마트워크, 클라우드, M2M 등의 근미래 이슈를 뻔한 내용보다는 제 특유의 관점에서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시한부로 쿠폰 할인을 적용했으니 구매하시려는 분의 부담이 좀 감소될 듯 합니다.

이 책은 새로운 비즈니스 및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IT 업계 종사자를 모두 타깃으로 합니다(책의 카테고리도 '비즈니스와 경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자층은 다음과 같습니다.

1순위: 새로운 비즈니스 및 기술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 (업계 불문. 모바일은 이제 모든 업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2순위: IT업계의 비즈니스맨, 관리자,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엔지니어 등

업계 선수가 본다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꽤 있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관점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봅니다. 대학생, 신입을 비롯해 CXO,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고등학생때 처음 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공저나 번역서만 내다가 이제야 단독 저자로 책을 출간했네요. 다 제가 게을러서 그런 건데 올해부터는 책을 좀 자주 내려고 합니다.

이미 "한국SW산업의 진실(가제)"이라는 일종의 고발 도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업계 종사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점과 대안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해서 가을 전에는 출간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쓰다가 미뤄둔 "프로젝트관리"에 관한 책도 마무리해야죠. 아, 쓸 주제와 내용은 많은데.. ㅠㅠ

어쨌든 어렵게 기운을 내 출간한 최초의 단독서에 많은 호응을 보내주세요. 이것은 시작일 뿐,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끝으로 책 출간을 위해 오랜 시간 고생하신 한빛미디어/한빛비즈의 조기흠 이사님, 이성용 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독자(또는 독자가 될) 여러분께도 감사 드립니다. 혹시 나마 미흡한 부분은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고 꼭 갚아나가겠습니다.

2012년 3월 23일

감동적인 영상, 시계추

요 며칠간 소셜미디어에 퍼져서 이미 많은 분들께서 보셨을 겁니다. 저도 트위터에 소개했었는데요. 그래도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블로그에도 글 남깁니다.



꽤나 전형적인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시계추(진자)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ㅠㅠ

이 애니는 일본의 ‘철권’이라는 코미디언이 만들었다고 하네요(그래서 애니 이름도 ‘철권 진자’입니다). 1천장이 넘는 그림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줄거리를 소개한 블로그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애니에 삽입된 음악은 영국 락밴드 Muse가 2009년에 발표한 앨범 The Resistance에 수록된 “Exogenesis: Symphony Part 3 (Redemption)”라는 곡입니다(음악 링크).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연상시키는 슬픈 피아노 선율이 매력적입니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이런 스토리와 음악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2012년 3월 12일

국내 SNS 동향에 대한 흔한 코멘트

며칠 전에 매일이코노미 기자가 'SNS 뉴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작성 중이라며 이메일로 몇 가지 질문을 보내와서 답변을 보내주었는데요.

그 중 일부 내용을 공유하는 게 좋을 듯 해서 남겨 봅니다.


1. 링크드인, 링크나우 같은 '비지니스 SNS'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지니스 SNS가 확산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다면 또는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쉽게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링크드인은 서구의 문화가 반영된 서비스입니다. 서구에서는 국내의 경력증명서 대신 추천서(Recommendation)를 사용합니다. 링크드인의 핵심 가치는 추천서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으로서(함께 일했던 사람들끼리 추천서를 서로 써주면서 강력히 연결됩니다), 그 외형이 SNS일 뿐입니다.

즉, 링크드인은 SNS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은 구인/구직 서비스입니다. 링크드인은 실제로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몇 년전부터 페이스북이 대세가 됨에 따라 여타 SNS들이 추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링크드인은 나름의 차별성을 갖고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구와 달리 국내에는 추천서 문화가 없고 이미 여러 구인/구직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링크드인, 그리고 링크드인을 그대로 모방한 링크나우가 국내에서 그럭저럭 쓰이기는 하더라도 크게 대중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향후에 "국내 비즈니스 문화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SNS가 등장한다면 국내에서도 비즈니스 SNS가 대중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는 말이죠.

2. SNS의 개방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면서 기업 내 SNS와 같이 폐쇄성을 띈 SNS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국내 기업에서 폐쇄성을 띈 SNS가 "제대로" 쓰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로 Yammer 등과 같은 서비스를 쓰다가 얼마 못 가서 중단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직원들끼리 잘 쓰다가도 임원이 들어오고 사장이 들어오면 눈치를 보게 되면서 직원들이 흥미를 잃게 됩니다. 왜냐하면 SNS는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콘텐츠가 확산되는 게 원칙인데, 국내 기업들의 경우 상하관계 및 이해관계로 인해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SNS에서도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툴이 아니라 조직문화가 먼저 SNS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툴만 도입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고, 직원들이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있고, 또한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비로소 조직 내에서 SNS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기업은 무조건 SNS를 도입하기 보다는 먼저 조직문화를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 SNS가 활성화되면서 채선당 임산부 사건, 된장국물녀 사건 등 일부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런 문제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가 급속히 전파되는 SNS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한 것입니다. 좋은 글도 빨리 널리 전파되고 나쁜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대중은 대개 말초적인 정보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쁜 글이 좋은 글보다 더 빨리 더 널리 전파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SNS 스스로 자정작용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누군가는 분명히 바로잡고 또 그것이 퍼집니다.

규제는 SNS의 긍정적 효과마저 억압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SNS의 긍정적 효과든 부정적 효과든, 그것이 SNS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한 것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SNS는 중립적인 툴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SNS는 우리의 시민의식을 반영할 뿐입니다. 결국 성숙된 이용문화를 갖추는 게 중요하며, 사람들이 일찍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건전한 인터넷 이용문화와 토론문화를 습득할 필요가 있습니다(하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 환경은… @$&*#%(*#&%#% 입니다->글자 깨진 거 아니고 멘붕(멘탈붕괴)을 표현한 거에요).

마지막으로, 누군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서비스에서 필터링 기능(블락, 신고, 스팸 처리 등)이 충분히 제공돼서 이용자들 스스로 그런 행위를 즉각 저지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단,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안됩니다).

2012년 3월 5일

우산 할아버지와 같은 삶을 꿈꾸며


관련 기사: [KBS] '우산 할아버지' 편히 가세요

이런 노년을 살고 싶어요. 예전에는 부와 성공을 꿈꾼 적도 있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그런 건 공허하게 느껴져요.

자신의 알량한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자신이 가진 걸 뺐길까봐 항상 불안해하는 삶보다는, 오히려 적게 가져도 남들에게 주면서 사는 게 진짜 행복한 '마음의 부자'이자 진정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아닐까요?

3년전부터 삶의 방향을 그런 쪽으로 조금씩 드라이브하고는 있는데, 제가 오랫동안 홀로 살아 자기중심적인데다 천성적으로 게으르고(가족 모두가 그래요! 누나 보고 있나? ^^) 20년 자취의 휴유증으로 몸도 그리 튼튼하지 않아서.. ㅠㅠ

그렇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요. 제가 총애하는(Favorite) 3종 세트(비, 김치, 아이스크림)와 관련된 것이라면 저도 분명히 지속적으로 가능할 거 같아요.

현재 뭔가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논외로 치고,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 우산 할아버지처럼 비 오는 날 사람들에게 무료로 우산을 빌려준다거나(제가 어릴 때 방과후에 비가 오면 비 다 맞고 왔거든요. 어머니가 일을 해서..)
  • 제가 직접 맛있는 김치를 담아서(그냥 김치가 아니라 정말 시원하고 맛있는 김치라는 게 중요해요!), 김치를 먹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거나(제가 대학생 때  김치 한번 제대로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그 후로 김치에 더욱 집착하게 됐어요.)
  • 트럭에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를 설치해 가난한 동네를 찾아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무료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거에요(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봉사를 결합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고요. 남들은 봉사라고 봐도, 자신은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즐거운 일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김치와 아스크림을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일이라… 상상만해도 즐겁네요.

머지않아 위의 것들 중 하나라도 꼭 실천하고 싶습니다(이미 많이 늙었지만요). 다행인 것은 저를 도와줄 친구가 있다는거죠.

* * *

우산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당신 같은 분을 저는 정말 존경합니다.